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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05 19:29
    어느정도 시차에 적응이 되어 밤에 깨는 일은 없지만 여행은 어느덧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해가 뜨는 시간에 일어나 잠시 주변을 구경하니 부지런한 관광객들은 아침부터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잠들어 있는 집사람과 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합니다. 오늘은 빌리지의 서쪽 도로를 살펴보기로 하고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Bright Angel Trail)의 초반부를 잠시 걸어내려가 봅니다. 절벽을 따라 지그재그로 이어진 길을 계속 따라가면 멀리 콜로라도강까지 다녀올 수 있다고 하는데 하루만에 다녀오는 것은 무리라고 합니다. 초반부의 길은 아마도 아침에 관광객을 태운 뮬들이 힘을 쓰면서 싸놓은 변들과 그 냄새로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오르막에 유난히 약한 집사람과 아이는 초반에 올려보내고 조금더 아래쪽 트레일을 걸어내려가 봅니다. 대부분이 내려가는 사람들이지만 아래쪽에서 숙박한 듯 커다란 배낭을 매고 올라오는 사람들도 가끔 보입니다. 이삼십분 정도를 내려갔지만 1.5마일 지점에 있다는 휴게소는 보이지 않습니다. 집사람과 아이, 그리고 오늘의 스케쥴을 생각해 보니 더 이상 내려가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려 걸어올라갑니다. 내리막은 손쉽게 내려갔지만 확실히 오르막은 힘이 배로 들어갑니다.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에서


    계곡 가장자리에서 바라본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과 그 위의 숙소들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의 끝부분, 콜로라도 강까지 내려간다.


    그랜드 캐년을 구경하는 관광객들


    그랜드 캐년을 만든 콜로라도 강



    끙끙대면서 입구까지 올라가니 2004년 보스톤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대에 완주한 여대생이 그해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에서 사망했다는 안내가 붙어있습니다. 충분한 계획을 세우고 여름철에는 40도 까지 올라간다는 한낮을 피해서 충분한 물과 음식물을 가지고 틈틈히 쉬어가면서 여행을 하는 것이 요령이라고 하는군요. 확실히 광활한 풍경이 사람의 거리 감각을 둔하게 만드는 모양입니다. 계곡의 남쪽 벼랑과 북쪽 벼랑간의 거리는 최소 12Km, 부산에서는 시청에서 김해공항까지의 공간에 거대한 계곡이 자리잡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계곡 안에는 또 여러개의 봉우리들이 솟아 있고 좁은 콜로라도 강이 흐르고 있지요. 가장 아래쪽 지층은 18억년전의 것이라고 하니 엄청나게 오래되기는 했습니다.

    조금씩 걷다가 셔틀버스를 타면서 몇군데 서쪽의 관람 포인트들을 보고 다시 빌리지로 돌아와 차를 타고 마지막으로 야바파이(Yavapai) 포인트를 둘러본 다음 남쪽 출구를 통해 빠져나옵니다. 남쪽으로 계속 달리니 동서로 달리는 40번 도로가 나오고 이어 오늘의 목적지인 세도나(Sedona)로 가는 작은 지방도로가 갈라집니다. 키큰 나무들의 숲으로 둘러쌓인 작은 지방도로를 느긋하게 달리다보니 구불거리며 계곡으로 내려가는 도로가 나오고 이어 계곡주변으로 숲속에 숨어 눈에 거슬리지 않는 집들이 나오기 시작하며 세도나에 들어섭니다. 세도나 시내는 거대한 붉은 암석들로 둘러쌓인 작은 분지로 유타주와는 달리 나무들이 많이 자라 황량한 느낌이 들지 않고 3층 이상의 건물이 거의 없는데다가 건물들이 황토색 혹은 붉은 빛을 띄고 있어 위에서 내려다 보아도 도시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 독특했습니다. 세도나 공항 근처의 숙소에 체크인한 다음 대성당석(cathedral rock)을 구경하기 위해 서둘러 바깥으로 나섭니다. 

    세도나로 가는 길


    나지막한 건물들이 늘어선 시내를 가로질러 흔히 보는 대성당석의 사진을 찍는 포인트인 레드 락 주립공원에 도착합니다. 공원 입구의 매표소에는 이미 퇴근한듯 아무도 없고 자동차 1대당 5달러, 일인당 1달러의 요금을 받는 요금 상자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잠시 사진만 찍고 갈건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자동차 요금 5달러 대신 3명 입장료 3달러만 내고 들어 갔습니다. 공원의 잔디밭에는 이미 몇몇 사람들이 삼각대를 놓고 시시각각 변하는 암석의 색깔을 담고 있습니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겨우 몇장의 사진을 찍고 슈퍼에서 저녁거리와 맥주를 사서 숙소로 돌아옵니다. 방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보니 포크나 나이프가 없어 아이가 낮에 주워온 나무 조각을 쪼개 씻어 젓가락과 나이프 대용으로 사용해서 저녁을 먹습니다.

    해질무렵 붉게 물든 대성당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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