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16 21:52
지난 주말 "인 디 에어"라는 번역도 아니고 완전히 들리는 데로 받아쓴것도 아닌 제목을 붙여 개봉한 영화를 보았습니다. 간략한 느낌이지만 당연히 스포일러를 포함한 영화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독특한 목소리와 깔끔한 미소의 매력남 조지 클루니가 기업의 직원 해고와 관련된 업무를 전문으로 아웃소싱 받는 회사에서 일하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 라이언 빙험으로 출연합니다. 그는 회사일 이외에도 삶의 책임과 중압감을 가상의 백팩에 넣어 태워버리고 부담에서 해방되라는 내용의 강연을 하고 있으며 또한 천만마일의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는 생활의 대부분을 비행기와 호텔에서 지내며 주로 비어있는 그의 아파트에는 아주 가끔씩 들릅니다.
안정적인 그의 삶에 두명의 여성이 등장합니다. 명문대를 막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한 나탈리는 회사 경비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출장비를 절감하기 위해 화상으로 직원에게 통보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귀가 솔깃한 사장은 해고자의 반응에 따른 직원의 대응을 도식화하기 위해 나탈리에게 고참 빙험을 따라다니며 일을 배우라고 합니다. 다른 한명 알렉스는 출장지의 호텔 바에서 만나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된 매력적인 여성으로 연락처를 교환한 후 서로 출장 스케쥴을 조절하며 가끔씩 만나 뒤끝없이 밤을 함께 지내는 사이가 됩니다.
나탈리는 당돌한 신참이지만 일에 열심이고 미숙한 부분도 있어 빙엄은 그녀에게 여러가지를 가르치며 직장 동료로 맞이하고 알렉스와도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는데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던 여동생에게서 청첩장과 함께 장래 남편과 함께 찍은 모형(?)을 여러 출장지를 배경으로 사진 찍어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됩니다.
알렉스에게 부탁해 함께 참석한 여동생의 결혼식. 오랫만에 만난 가족이 그를 반겨주기 바라지만 빙험이 가족관계를 정리한것과 마찬가지로 가족들에게 빙험은 정리된 존재입니다. 그가 여러곳에서 찍어 자랑스레 들고온 사진들은 여러 친구들이 보내온 수십장의 사진중 몇장에 불과하며 여동생 부부는 경기의 어려움으로 돈이 없어 신혼여행을 가지 못하는 대신 사진으로 대신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내기로 했다고 합니다.
결혼식날, 장래 매제는 갑자기 부담감에 결혼을 망설이게 되고 빙험의 삶을 동경하는 매제에게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지낼 부기장(co-pilot)을 얻는 것이 절대 나쁘지 않다고 설득하고 여동생 부부는 무사히 결혼하게 됩니다. 이후 참석한 중요한 강연장에서 그는 더 이상 인생의 무거움을 백팩에 비워내라는 강연을 하지 못하고 알렉스와의 깊고 지속적인 관계를 희망하며 그녀의 주소지를 찾아가지만 그녀는 이미 소중한 가정을 가지고 있는 유부녀였습니다.
빙험과 나탈리가 처리했던 한 정리해고자의 자살로 회사는 해고자의 반응을 자세히 살펴볼수 없는 화상 통보 계획을 무기한 보류하고 나탈리는 회사를 그만두게 됩니다. 빙험은 간절히 원하던 천만마일 마일리지를 마침내 얻게 되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카드 한장과 허공의 공허함이고 그는 마일리지를 여동생 부부가 전세계 일주를 할 수 있도록 나누어 줍니다.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간 빙험. 영화의 처음과 똑같이 깔끔한 수트를 입고 멋진 가방을 들고 있지만 항공기 안내 전광판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광고속의 인물같던 처음과 달리 무표정하며 공허합니다.
- IMDB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R 등급, 우리나라에서는 15세 등급, 일본에서는 G 등급, 스위스에서는 7세 이상 등급을 받았습니다. 나라마다 매우 다른 잣대를 가지고 심의하는 모양입니다.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보았는데 한두번 약간의 민망한 순간(?!)을 제외하면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 영화의 첫 부분에 짐을 싸고 출장을 준비하며 호텔과 공항에서 보여지는 빙험의 모습은 가방의 지퍼소리와 리드미컬한 편집에 힘입어 마치 광고 속 인물의 삶을 영위하는 그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 영화의 곳곳에 공중에서 바라본 각 도시의 모습이 보여지지만 마천루와 커다란 인터체인지 정도만 확인할 수 있는 도시의 원경은 삶에 대한 책임감을 없이 허공에서 부유하며(up in the air) 살아가는 그가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삶과도 같습니다.
- 실제로는 아무곳에도 가지 않았지만 자신들의 사진을 지인들에게 보내 마치 신혼여행을 다녀온 듯한 사진들을 가득 얻은 여동생 부부를 보며 빙험은 여행과 마일리지로 가독찬 그의 인생이 허상에 불과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가 자랑스럽게 하고 있었던 일은 화상 통화와 택배업으로 대체될 수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삶이었죠. 일,이차 산업을 다른 나라에 넘겨버리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투영되기도 합니다
- 보고 난 다음 은근히 뒷 여운이 남는 영화입니다. 특히 마지막 그의 얼굴을 자꾸 떠올리게 되는군요.
